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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구합니다.

대학생 환영

위치 : ㅇㅇ대학교 앞 사거리 카페

시간대는 원하시는 시간대로 맞춰드려요.

시급은 최저임금

 

 

 

벚꽃 초코칩 쿠키

춘하추동 참른 합작 : 봄 春 (윙참)

W. 도울

 

 

 

 신입생 지훈은 새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고민에 빠졌다. 성인이 되고부터 부어라 마셔라 한 탓에 생활비가 부족해진 탓이었다. 등록금은 부모님이 대주시니 대충 넘긴다고 해도 생각 없이 술만 마셔 당장 편의점에서만 때워도 겨우 버틸 돈이었다. 오늘 저녁은 어떻게 먹어야 할지 부모님의 용돈이 들어올 한 달 후까지의 앞날이 답답한 마음에 멍하니 애꿎은 손톱만 씹으며 걷다보니 쿵- 하고 전봇대에 부딪힌 지훈이었다. 쪽팔림에 주의를 둘러보기도 잠시, 자신이 부딪힌 전봇대에 붙여진 하얀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거다. 하고 작게 중얼거린 지훈은 종이에 적힌 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지훈이 일하는 카페는 손님이 많이 왔다. 그것이 커피의 맛 때문인지 카페의 분위기 때문인지 지훈의 외모 때문인지. 혹은 전부인지.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 마지막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카페의 대부분은 커플이었고 그 다음으로 많이 오는 건 여성 손님이었다. 그들 중 몇은 지훈의 번호를 물어봤으며 지훈의 대답은 항상 no였다.

 

 

 

 카페의 손님 중 가장 소수에 해당하는 건 남자였다. 그것도 여러 명도 아닌 혼자 오는 손님. 그래도 현저히 적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와서 커피를 시키고는 일을 하던지 그냥 단순히 시간을 때우다 가는 손님도 많았다. 하지만 매일 찾아오는 그 손님은 뭔가 달랐다. 매일 마감할 때쯤 찾아와-지훈의 수업 때문에 마감타임을 맡게 됐다- 딸기 요거트 스무디를 시키고 봄 한정 벚꽃 초코칩 쿠키를 시키고선 멍하니 앉아 먹고선 나가는 손님이 계셨다.

 

 

 

띠링- 하며 손님이 왔다며 알려주는 카페문의 벨소리에 시야를 문으로 옮기면 항상 쭈뼜쭈뼜 카운터로 다가온다. 딸기 요거트 스무디랑 벚꽃 초코칩 쿠키. 맞으시죠? 라고 물으면 당황한 표정으로 아, 네.. 라며 카드를 내민다. 항상 그 손님에게 음료와 쿠키를 주고선 청소를 시작했고 청소를 끝내고 설거지를 할 때쯤이면 다 마신 음료 컵과 쿠키접시를 가져다주고선 조용히 나간다. 그냥 힐링이 좀 필요한가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 손님이 처음 카페에 찾아왔을 때는 그는 카페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서성이다 마감 준비를 하려고 핸드폰에서 고개를 든 지훈과 눈이 마주치고는 눈이 동그래진 채 도망가듯 후다닥 다리를 놀렸다. 그 당시엔 그냥 카페를 오려다 마감인 것 같아 눈치를 보던 사람으로 인식했지만 그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점점 횟수가 늘어나자 지훈은 혹시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건가? 로 변했다.

 

 

 

 그러던 지훈이 어느 날은 눈이 마주치고 도망가려는 그 손님을 뛰어나가 붙잡고 항상 여기서 보기만 하시고 가던데. 아직 마감시간 아니에요. 어... 그니까.. 와서 주문하셔도 돼요.. 라며 말을 더듬던 지훈을 보고선 살짝 미소를 짓더니 지훈을 따라 카페에 들어왔다. 그리고선 지금까지 계속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음료와 쿠키. 계속 오는 손님이었다.

 

 

 

 관심이 있나? 에서 힐링이 필요한 거였나? 로 바뀌게 된 계기는 우선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진전이 없음이다. 다른 손님들을 보면 번호라도 물어봤지만 어째 그냥 진짜 와서 이야기라곤 주문 나누고 안녕히 가세요. 가 끝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지훈이 먼저 다가가는 것도 아니었다. 연애에 관심이 없는 지훈이었고 그냥 이대로도 만족했기 때문이다.

 

 

 

 매일 9시 30분. 앉아있던 카운터 앞에서 일어나 음료를 만들고 바스켓에서 쿠키를 꺼낸다. 그리고 문을 보면 그 손님이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음료와 쿠키는 지훈이 먹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도 손님의 머리카락 한 톨도 보이지 않았던 거였다. 꽤나 귀엽다고 생각했던 지훈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이대로 더 이상 안 오는 건가라고 생각할 때 쯤 손님이 다시 오기 시작했다.

 

 

 

 영원히 똑같을 것만 같던 손님이 말을 걸어준 건 봄의 중턱이 지날 4월 중순이었다. 손님은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받아들며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볼을 긁적이며 서 있다가 지훈이 더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라고 물었을 때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을 건네며 번호 좀... 주세요. 라고 했다. 연애에 관심 없는 지훈이었지만 무슨 일인지 순순히 번호를 건네주었고 번호를 받고선 웃는 그 손님의 덧니가 꽤나 귀여워 보였다.

 

 

 

 번호를 교환하고 연락은 해보지 않았지만 변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손님은 점점 지훈과 이야기를 시도했고 지훈도 거절하지 않았다.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괜히 저도 그 상황에 같이 있는 것 같은 기분에 계속 들으며 같이 웃어주는 지훈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이름도 모르는데. 핸드폰 저장은 어떻게 했어요??”

라며 지훈이 웃으며 물어보자

 

“아 전 박우진이라고 해요. 그쪽은... 어떻게 되는지..”

대답하는 우진이 웃어보였다.

 

“박지훈이에요. 몇 살이지? 말 놓아요 우리.”

 

 그날 서로는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어디에 사는지 어느 학교인지 또 어떤 취미가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던 날이었다.

 

 

 

 언제나 마감시간에 맞춰 오는 우진에게 하루는 왜 매일 마감시간에 맞춰서 오냐는 지훈의 질문에 그냥. 이라며 그저 웃던 우진이었지만 오늘은 무슨 일인지 마감이 아닌 저녁시간에 찾아온 우진이었다. 우진을 발견한 지훈이 어? 오늘은 일찍 왔네? 라고 하자 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게 할 말 있어서.. 대답하는 우진이었다. 우진의 대답에 맞춰 헐 그럼 빨리 마감해야겠다. 라고 처음부터 쭉 웃으며 대답하던 지훈이었다.

 

 

 

 손님이 없으면 일찍 마감해도 된다는 사장님의 말에 지훈은 일찍 마감을 하고 우진과 카페를 나섰다. 그래서 왜 일찍 와서 기다린 건데? 라고 물어보는 지훈을 우진은 답 없이 바라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마치 처음 번호를 딸 때처럼. 왜 말해봐 뭔데. 라고 독촉하자 우진이 그제야 조금씩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네가 왜 마감시간에 맞춰 오냐고 물어봤었잖아.”

 

“어, 그랬었지?”

 

“네가 좋아서.”

부끄러운 건지 앞서 걷는 우진의 뒷모습을 보던 지훈이 다가가 물었다.

 

“뭐라고? 못 들었어.”

다 알면서 괜히 한 번 물어보는 지훈이었고,

 

“너 좋아서, 둘이 있는 게 그 시간밖에 없어서라고.. 같이 마감하고 돌아가는 느낌이라서.”

늦은 저녁임에도 거무스름한 볼이 붉게 변하는 것이 보이던 우진이었다.

 

 

 

 봄의 마지막 5월 말. 오늘은 왜 또 삐졌는데-. 앙탈부리는 목소리로 아메리카노를 들고 앉아있는 우진에게 다가가는 알바, 안 삐졌거든? 평소엔 달달한 것만 먹으면서 자기가 화난 것을 괜히 쓰디 쓴 아메리카노를 시키며 티내는 손님. 둘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커플이었고 누구보다도 따뜻한 분홍빛의 봄과 같은 커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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