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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님, 오늘은 꼭 마감 지켜주셔야 해요ㅜㅜ

  지훈의 담당자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시계를 보니 4시 15분 전이었고, 마감은 7시였다. 마지막 부분 채색만 남은 생태였지만, 마감 시간 맞추겠다고 약 48시간을 깨어 있었으니,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지각 한번 없이 연재하던 성실 작가 지훈이었지만, 최근 2주 동안 지각을 한 탓에 몇 악플까지 감수해야 했다.
  지훈은 꽤 오랫동안 웹툰 공모전에 도전했다. 그리고 내는 족족 탈락의 고배를 마셨는데, 우연히 발을 들인 BL 웹툰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인기 작가 노선을 걷고 있다. 사는 인생사도 너무 고달픈데 어디에 털어놓지도 못하는 제 이야기에다 살 좀 보태 그림 연습이나 하자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SNS에 짧게 연재했던 것이 인기를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잘나가는 유명 플랫폼과 계약을 했고, 그렇게 지훈의 첫 연재작은 인생 작품이 되었다.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지훈을 쏙 닮았다. 생긴 것도 그랬지만, 하는 짓도 똑같았다. 얼굴값도 못 하고 10년 동안이나 짝사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 그랬다. 그 10년 동안 친구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연애상담을 해 줬던가. 세상에 흔하디흔한 이야기인데도, 사람 사는 모양이 다 똑같았는지 댓글마다 주인공의 사랑이 이뤄지기를 응원하는 내용뿐이었다.
  - 야, 나 오늘 야자 감독 안 할 듯.
  우진에게서 문자가 왔다. 지훈의 애절한 10년 짝사랑의 주인공이었다. 정규 수업만 마치고 퇴근한다면 지훈의 마감 시간과 비슷하게 도착할 것이었다. 지훈의 손놀림이 다급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진이 현관에 들어서자 달짝지근한 군고구마 냄새가 났다. 거실을 보게 되면 엄청난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이 분명했다. 깔끔을 떠는 우진은 지훈의 집에만 들어서면 목소리가 커졌다.
  “야, 박지훈! 내가 치워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돼지우리야!”
  우진은 괴상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마감 시간까지는 15분.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 지훈은 저리는 오른쪽 팔목을 빙빙 돌리다가 결연한 표정으로 타블렛 펜을 그러쥐었다. 지훈에게서 답이 들리지 않자 우진은 작업실까지 부러 쿵쾅 소리를 내며 걸어왔다.
  “박지훈, 내 말 듣냐?”
  “야, 10분만 밖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되냐, 제발. 나 오늘도 지각하면 진짜 아웃이야.”
  모니터만 쳐다보면서 대답하는 지훈의 뒤통수에서 심각함을 감지했는지 우진은 조용히 작업실 문을 닫았다. 식어가는 군고구마를 내려놓을 곳을 찾다가 우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리 봐도 자리는 없어 보였다. 식탁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을 보니 컵라면에 삼각김밥 포장지가 대부분이었다. 아니, 도대체 이 새끼는 평소에 뭘 처먹고 사는 거야. 우진은 보이는 대로 쓰레기통에 주워 담기 시작했다. 
  우진은 쓰레기가 잔뜩 담겨서 토해내기 직전은 휴지통을 보니 지난여름이 떠올랐다. 그때는 상황이 더 심각했었다. 푹푹 찌는 온도 때문에, 미처 집 밖으로 탈출하지 못했던 봉투들에서 악취가 났다. 뭐라고 지랄이라도 해야겠다고 지훈의 작업실 문을 열었을 때 우진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마감 때문에 저가 온 것도 모르고 채색 작업 중이던 지훈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연재를 시작한 지훈의 첫 작품이 막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날부터 우진은 틈만 나면 지훈의 집에 들러 냉장고에 먹을 것을 채워 놓곤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지훈의 엉망이 된 집도 청소했다. 말로는 도저히 앉을 자리가 없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욕까지 덧붙이며 이야기했지만, 우진이 다녀가면 다만 며칠이라도 사람 사는 집이 됐다.
  한창 정리를 하고 소파에 몸을 던지니 지훈이 배를 긁적이며 걸어 나왔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메일까지 보낸 모양이었다.
  “야, 식탁 위에 봉투 들고 와. 고구마 먹자.”
  “또 골목길 거기서 사 왔냐? 요새는 원적외선으로 굽는 게 더 맛있다니까.” 고구마를 꺼내오며 지훈이 투덜거렸다.
  “그냥 사다 주는 대로 좀 드시지? 꼭 욕 나오게 만들더라, 너. 하던 거 마무리는 잘 해서 보냈냐?”
  “응, 겨우. 근데 넌 도대체 내 만화 왜 안 보냐?”
  지훈은 우진을 좋아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가족 빼고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우진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런 우진이 제 작품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은 서운했다. 요즘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기본으로 웹툰 하나씩 보고 업무 시작이라던데, 박우진은 예외인가 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행이지 싶었다.
  우진이 저의 만화를 본다면 그 주인공이 저라는 것을 알아챌 것이 분명했다. 지금 이 고구마만 해도 그랬다. 제가 우진과 알고 지낸 10년 동안, 겨울이 되면 우진은 군고구마를 찾아다녔다. 옛날에는 골목마다 동그란 드럼통에 고구마를 구워 주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많았다. 지금은 파는 곳 찾는 게 미션 임파서블이라며 툴툴대면서도 용케도 매번 사 오는 걸 보면 그 사랑이 대단했다. 그리고 지훈의 만화 제목은 ‘군고구마 사랑’이었다. 주인공이 좋아하는 상대방도 예상대로 군고구마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으니, 어쩌면 고백할 용기가 없는 지훈은 우진이 웹툰 따위에 관심이 없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지훈아, 우유 없냐?”
  “응, 없어. 그냥 먹어.”
  달짝지근한 군고구마. 지훈은 요즘 들어 그것이 불편했다. 설탕 같은 단맛에 끌려 한참을 먹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런 것이 꼭 박우진 같다고 생각했다. 쉬지도 않고 잘도 입에 넣는다 했더니 가슴께를 퍽퍽 치고 있는 우진이 보였다. 냉장고 한 칸에서 꺼내주길 기다리는 하얀 우유 팩을 떠올렸다. 지훈은 저벅저벅 걸어가서 우유를 꺼내 컵에 따랐다. 우진에게 주니 원래도 올라간 눈매인데, 잔뜩 지켜 떠 저를 쳐다봤다.
  “우유 없다며.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잘됐네. 너도 좀 답답해 보라고.”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

 


  “야, 김 쌤이 나 좋대.”
  털어 넣었던 소주가 목에 걸려 한참이나 콜록거리니, 우진이 등을 아프게 두드렸다. 김 선생은 우진이 다니는 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쳤다. 지훈이 김 선생이라는 말만 듣고도 단번에 누군지 알아들은 이유가 있었다. 김 선생은 우진이 처음 발령받은 때부터 우진에게 치근덕거린 사람으로 지훈의 눈 밖에 나 있었다. 물론 ‘치근덕거린’이라는 표현은 지훈이 붙여준 것이었다. 우진의 말에 의하면 주말에는 뭐하며 보내느냐, 미술 담당이 이렇게 몸이 좋아서 어떡하냐, 박 선생님 웃을 때 너무 귀여워서 교무실 분위기가 확 핀다, 등의 말을 지껄였는데 하나같이 작업 멘트라서 듣는 지훈은 매번 짜증이 났다. 신입이기도 하고 괜히 어색한 사람을 만드는 게 싫어 그냥 웃고 넘긴다는 박우진이 답답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우진을 따라 교직 이수 받고, 우진의 학교로 발령받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어차피 고등학교 미술선생의 티오라고 해봤자 한 명일 테니까. 
  “그 새끼 게이래?”
  “자기 말로는 게이는 아니래. 그냥 내가 좋은 거래.”
  놀고 있네. 진짜 고전 작업 멘트가 따로 없다. 그래도 거절했다는 우진의 말에 안심했다. 김 선생 생긴 게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럴 때면 우진의 높은 눈이 고맙게 느껴졌다. 대놓고 티가 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옛날부터 우진의 근처에는 남자가 많았다. 도대체 다른 데서 얼마나 저의 매력을 뿌리고 다니는 것인지, 지훈은 속이 탔지만 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위안 삼을 것은 그 많은 남자 중 우진의 간택을 받는 이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었다. 박우진은 유명한 얼빠였으니까. 
  “그러는 너는 연애 안 하냐?”
  하고 싶지, 연애. 근데 그 연애를 혼자 하냐고요. 사실 지금 솔로인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짝사랑이야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하루 세끼 밥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그 밥을 벌어먹어야 하는 데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주인공 둘은 이제 연애를 시작해야 했는데, 정작 작가는 마지막 연애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확실한 건, 우진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계속 혼자였으니 족히 10년은 더 되었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 화부터는 데이트도 하고, 스킨십도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없었다. 이러다가 장기 휴재라도 들어갈 판이었다. 사정을 우진에게 늘어놓고 나니 이미 벌써 소주 한 병이 비어있었다.
  “야, 그럼 나랑 연애할래?”
  이번에는 안주로 나온 순두부찌개가 목에 걸렸다. 고춧가루가 제대로 걸린 건지 옆에서 아무리 두드려줘도 기침이 멈추는 데에 한참이나 걸렸다. 우진의 표정을 보니 진짜로 연애하자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또 그렇다고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너 웹툰 못 그리겠다며. 내가 도와준다는 거지. 이번 겨울만 나랑 연애하자고.”
  “진짜로 연애를 하자고?”
  우진이 입모양으로 걸쭉하게 욕을 했다.
  “야, 무슨 너랑 나랑 진짜로 연애를 해. 뭐, 말하자면 실습? 그래, 실습인 거지.”
  그렇게 우진과의 실습이 시작됐다. 3월이 되고 봄이 오면 깔끔하게 종료되는 연애 실습. 편의점 앞 간이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머리를 맞대고 실습 리스트를 적어 내려갔다. 우진은 지훈의 작품을 위한 것이니 일단 하고 싶은 것을 전부 말해보라고 했지만, 막상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박우진과 뭘 하고 싶었더라, 그동안. 우진은 제 작은 수첩을 꺼내 삐뚤어진 글씨로 번호까지 매겨가며 메모를 했다. 그러고는 지훈의 핸드폰을 가져가 무언가를 하고는 돌려줬다. 우진이 저의 핸드폰으로 지훈에게 전화를 거니, ‘내사랑참새♥’라는 이름으로 알림이 떴다. 우진의 핸드폰에는 ‘내사랑훈이♥’라고 저장된 저의 번호가 떠 있었다. 
  버스로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우진의 집까지 나란히 걸었다. 얼떨떨해서 멍하니 앉아있는 지훈에게 오늘부터 1일이니 데려다주라는 낯간지러운 말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했다. 그래 봤자 까칠까칠한 말투라든가, 길을 걸으며 하는 대화의 내용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는데, 지훈은 괜히 긴장됐다. 집 앞에서도 평소처럼 헤어졌다. 곧 우진에게서 ‘조심히 가. 조만간 데이트하러 가자.’라는 문자가 왔다. 그제서야 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실감이 났다. 

 


*****

 


  어제까지 마감한 사람인 거 티 나지 않게 예쁘게 입고 나오라는 문자가 왔다. 아직도 핸드폰에 뜨는 ‘내사랑참새♥’라는 이름이 익숙지 않았다. 말끔하게 면도까지 마치고 옷장 앞에 서니 막상 입고 나갈 옷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마감하느라 집 안에서 거의 나갈 일이 없었고, 밖에 나가더라도 고작해야 동네 편의점이나 술집에 앉아 우진과 술을 마시는 일뿐이었다. 그래도 예쁘장한 얼굴 덕분에 대학 때까지는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인기도 많았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냐 박지훈. 작년 이맘때쯤 우진이 선물해 준 니트를 꺼내 들었다. 맨날 분홍색만 입는다고 놀렸으면서, 그래도 분홍색이 제일 잘 어울린다고 골라준 옷이었다.
  들은 것도 없는 옷장을 밑천으로 어떻게든 ‘예쁘게’ 입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20분이나 지각을 했다. 전화 너머로 이를 꽉 깨물고 얼른 오라고 얘기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매점 앞에서 팝콘이랑 음료수를 들고 서 있는 우진이 보였다. 지훈에게 차려입고 나오라고 하더니, 우진도 평소와는 달리 코트까지 챙겨입은 모양이었다. 오늘 더 반할 것 같긴 한데 결국은 저러다 감기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따라왔다. 
  “영화 시작했어?”
  “아니, 아직 시간 있어. 너 늦을까 봐 여유 있게 보자고 한 거. 내가 사 준 옷 입었네?”
  “어때, 예쁘냐?”
  “응, 예뻐. 내가 고른 옷이.”
  우진이 고른 영화는 공포영화였다. 가뜩이나 추운데, 이렇게 추울 때도 공포영화가 개봉하긴 하는구나, 싶었다. 상영관에 불이 꺼지자마자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시작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제 옆으로 바짝 붙어오는 우진이 느껴졌다. 속으로 이럴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
  우진은 겁이 많았다. 귀신이 나오는 영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놀이기구 같은 것들. 다들 의외라고 놀렸지만, 지훈이 보기에는 마냥 귀여웠다. 그래서 둘이 영화를 볼 때도 보통 로맨스 코미디나 판타지, 액션 같은 장르를 골랐다. 어디서 공짜표가 생겨 놀이공원에 갔을 때도 관람차 안에서 너무 높다고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다가 땅에 발이 닿고 나서야 얌전해진 우진이었다.
  영화가 한창 절정에 다다랐을 때, 우진은 거의 지훈의 어깨에 기대 누워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축축한 손이 깍지를 껴 왔다. 너무 놀라서 쳐다보려고 했는데 정말로 무서웠는지 잡은 손에 힘이 꾹 들어가는 게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대신 지훈은 제 어깨로 기울어져 있는 우진의 머리 위에 저의 머리를 포갰다. 붉어진 제 얼굴이 안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씨, 무슨 영화가 이렇게 무섭냐.”
  “보긴 했냐? 눈 거의 안 뜨고 있던데.”
  “닥쳐, 지훈아.”
  영화를 볼 때 잡았던 손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혹시 사람들이 쳐다볼까 봐 신경이 쓰였는데, 정작 우진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동네이기도 하고, 혹시나 우진의 학교 학생들을 마주치면 어쩌나 손을 슬쩍 빼니 새초롬하게 눈을 치켜뜨고는 저를 쳐다봤다. 멋대로 손을 빼버려서 성질이 난 모양인지 지훈의 팔을 퍽- 치고는 긴 다리로 먼저 저만치 가버렸다. 난 귀신보다 네가 더 무서워, 우진아. 지훈은 얼얼한 한쪽 팔을 문지르며 뛰어갔다.
  우진은 웬 이탈리안 레스토랑-그래, 그냥 파스타집-으로 안내했다. 우진이 파스타를 좋아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둘이서는 같이 먹으러 간 적이 없었다. 메뉴판 너머로 보이는 우진의 얼굴이 심각해 보였다. 저도 이런 곳은 오랜만인 건지 메뉴를 고르는 데에 한참이나 걸렸다. 한참 만에 고른 것이 가장 기본으로 나오는 커플 세트였다. 따지고 보면 둘이 자유의사를 가지고 선택한 메뉴는 콜라 하나, 사이다 하나 정도였다. 데이트가 아니라 안 하던 짓 하는 날 같았다.
  “왜 그러냐 오늘. 데이트하자고 불러내더니.”
  “뭐가 왜 그래?”
  “아니, 영화도 너 안 좋아하는 공포영화에, 저녁은 파스타잖아. 원래 이런 게 데이트코스야?”
  “너 진짜 연애 한참 전에 한 거 티 난다.”
  그 아까운 얼굴 그렇게 쓸 거면 자기나 달라면서 킥킥거리는 우진의 얼굴이 그렇게 얄미울 수 없었다. 실컷 웃고 나더니 원래 첫 데이트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했다. 무서운 영화를 봐야 자연스럽게 손도 잡고 어깨에 기대고 하지 않겠냐고. 상영관에서 나올 때까지 계속 잡고 있던 손이 떠올랐다. 박우진은 약간 천재 같았다.
  “야, 그리고 맨날 하던 대로 너랑 막창집, 국밥집, 꼬치 구이집 가면 그게 데이트냐, 친구 박지훈이랑 배 채우러 가는 거지.”
  약간 아니라 많이 천재였구나, 너. 우진이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을 때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파스타를 포크에 돌돌 말아 입으로 쏙 가져가는 우진이 귀여웠다. 지훈은 제가 콩깍지가 제대로 꼈다는 걸 실감할 때마다 소름이 돋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우진이 맛집을 알아온 것인지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한창 집중해서 먹고 있는데 우진의 오른쪽 입꼬리에 하얀 소스가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어차피 사귀기로 한 사이인데 직접 닦아줄까, 냅킨을 손에 쥐었다가 이건 아주 큰 모험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야, 입에 소스 묻었어.’라고 냅킨을 우진의 쪽에 두니 갑자기 우진이 자기의 입술을 쭉 내밀었다. 지훈이 가만히 보고만 있자 제 앞에 있던 냅킨을 던지더니 다시 입을 내밀었다. 작게 한숨을 쉬곤 일부러 벅벅 우진의 입술을 문질렀다. 얼굴 붉어질 일이 많을 줄 알았으면 남성용 비비라도 볼에 찍어 바르고 오는 건데. 지훈은 제 얼굴을 들킬까 봐 다시 제 앞의 파스타에만 집중했다. 
  첫 데이트를 마치고 다행히 지훈의 생계유지에 생겼던 문제는 잠잠해졌다. 있었던 일 전부를 그리지는 않았지만, 주인공들의 첫 데이트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우진이 아니었으면 치지도 못했을 마감이었는데 단 며칠 만에 할 수 있었다. 댓글로 반응을 살피던 지훈은 우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뭐하냐?’라는 질문에 ‘회식 중. 도망가고 싶다.’라고 칼답이 왔다. 지훈은 패딩을 챙겨 입었다. 곧장 나가려다가 부쩍 추워진 날씨가 생각나 식탁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려있던 목도리를 챙겼다. 
  도착하면 전화하라더니 우진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충 이 근처인 것 같은데, 우진이 말해준 술집을 찾지 못해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코가 시려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진과 다른 남자의 목소리. 대충 들어도 화기애애한 내용의 대화는 아니었다. 지훈의 걸음이 빨라졌다. 
  “김 쌤. 저번에 제가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우진씨, 애인도 없다면서요. 그냥 나 한 번 만나 봐요.”
  “네? 그게 무슨 억지..”
  잡혀 있는 우진의 손목부터 보였다. 지훈은 곧장 김 선생으로 추정되는 놈에게 걸어가 멱살을 잡았다. 김 선생은 적잖이 당황했는지 욕을 하기 시작했고, 우진은 상황파악이 되질 않아 입만 뻥긋거리고 있었다. 김 선생은 지훈보다 족히 십 센티는 더 커 보였다. 정신을 차린 김 선생이 손에 힘을 주자 지훈은 그대로 김 선생을 메쳤다. 우진이 말릴 새도 없었다. 김 선생은 바닥에 누워서 뭐 하는 새끼냐고 소리를 질렀다. 
  “얘 애인인데. 이제 애인 있으니까 그만 알짱대라.”
  지훈은 아직도 눈만 똥그랗게 뜨고 아무 말도 못 하는 우진을 데리고 빠져나왔다. 입시 준비를 할 때 체력이 너무 달리는 것 같아 배웠던 유도였는데, 이렇게 써먹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한 지훈이었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던 우진 때문에 화가 나서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든 것이었다. 지훈이 이끄는 대로 얌전히 따라오던 우진이 멈춰 서더니 소리를 빽 질렀다.
  “야, 너는 너보다 한 뼘은 큰 사람한테 그러면 어떡해. 안 넘어갔으면 어쩔 뻔했어.”
  “그니까 너는 왜 그러고 있어, 힘도 센 게.”
  “학교에서 불편할까 봐 그랬지. 그 새끼 술 처먹어서 그런 거야.”
  아무래도 우진은 진짜 불편한 게 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몇 대 더 날리고 올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짧은 겨울이 지나면 이 연애 실습도 끝이 날 텐데 저에게 무슨 자격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겨울바람 때문에 빨개진 우진의 두 뺨이 보였다. 가방에 넣어 온 목도리를 꺼내 우진의 코가 안 보일 때까지 둘둘 감았다. 우진을 향해 퉁명한 목소리가 튀어나갔다.
  “옷은 또 왜 이렇게 춥게 입었어.”
  “야, 목도리에서 네 냄새 난다.”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코를 킁킁거리다가 팔짱을 껴 왔다. 평소에는 그렇게나 재잘거리더니 오늘은 웬일인지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말없이 걷기만 했다. 헤어질 때도 잘 가라는 간단한 인사만 하고 들어가는 뒷모습이 익숙지 않았다. 씻고 침대에 누워서야 우진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 오늘 고마웠어, 훈아.

 


*****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고등학교 미술 교사는 지훈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한가한 모양이었다. 우진은 요즘 들어 부쩍 지훈의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와서는 특별히 하는 것도 없으면서, 지훈이 작업을 하는 동안 거실 소파에 누워 TV를 봤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넓은 식탁에서 작업 해라, 오늘만.’이라며 떼를 썼다. 굳이 아늑한 방 책상 위에 붙어 있는 큰 모니터를 두고, 눈이 빠질 것 같은 노트북을 보면서 작업해야 한다니. 쓰는 장비를 방에서 거실로 옮기는 일도 간단하지 않았다. 
  기껏 식탁까지 장비를 옮기게 해 놓고는 우진이 한다는 것이 책 한 권을 펴 놓고 앉아있는 것이 다였다. 그렇다고 펴 놓은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따끈한 유자차를 홀짝거리며 지훈을 힐끗거리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꽃받침을 한 채로 얼굴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덕분에 마감이 하루 그리고 17시간 남았는데 작업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었다. 저녁도 안 먹고 일했는데, 이러다간 밤샐 판이었다.
  “야, 우진아. 지금 아홉 시 넘었는데 집에 안 가냐?”
  “이렇게 늦은 밤에 나 혼자 보내려고?”
  아홉 시가 언제부터 늦은 밤이었던가. 집에 갈 생각이 없는 건지 자리에서 꼼짝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때 우진의 배에서 요란한 천둥소리가 들렸다. 민망했는지 제 배와 지훈을 번갈아 보더니 덧니를 보여가며 씩 웃었다. 
  일단 배부터 채우고 보자며 족발을 주문했다. 타이밍이 좋았는지 30분이면 도착한다는 어플 알림이 떴다. 음식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하던 작업이라도 마무리하려고 펜을 잡으니, 우진이 아까랑 같은 자세로 저를 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왜 자꾸 쳐다보냐. 내가 그렇게 잘생겼어?”
  “응, 잘생겼어. 내 애인 진짜 잘생겼다.”
  그렇게 말하면서 또 웃었다. 두 뺨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5초쯤 후에는 제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 있을 게 뻔했다.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도망을 가는데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뽀뽀도 키스도 안 하는, 그저 이 겨울이 지나면 끝나는 연애 ‘실습’이라고 선을 그은 건 박우진이면서.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우진은, 지훈이 넘을 수 없는 굵은 선을 그어놓고선, 멋대로 그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화장실에서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나오는데, 다행인지 초인종이 울렸다. 족발이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있을까 싶었다. 소파 앞 작은 테이블에 족발과 함께 온 밑반찬들을 꾸역꾸역 펼치고 있으니, 우진이 주방에서 이것저것을 챙겼다. 그러다 ‘야, 박지훈 소주잔 다 어디에다 뒀어?’라면서 엄한 데를 뒤지고 있는 박우진이 보였다. 냉장고에 소주 있는 걸 또 언제 봐서는, 잔까지 찾고 있는 걸 보니 오늘은 정말로 자고 갈 모양이었다. 
  우진이 자고 간 적은 많았어도 ‘연애’란 걸 하고 나서는 처음이었다. 물론 그 ‘연애’가 모두가 아는 의미에서는 조금 벗어난 것이었지만, 남자친구가 된 박우진과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건 지훈에게는 깨나 긴장되는 일이 분명했다. 사람 욕심이란 게 이렇게나 무서웠다. 전에는 단지 우진과 함께 틈틈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으로도 좋았다. 그게 친구로라도. 그런데 이 ‘연애 실습’이란 걸 하고 나서부터는 자꾸 욕심이 생겼다. 손을 잡아 오는 우진을 보면 그의 어깨를 끌어안고 싶었다. 우진이 조용히 눈을 맞춰 오면, 지훈은 입을 맞추고 싶었다. 
  그리고 하필 지금 우진이 고른 영화는 19금이었다.
  “영화 틀었어?” 겨우 찾은 소주잔을 들고 오며 물었다.
  “응. 근데 우리 오늘 꼭 이거 봐야 해?”
  “원래 연인들은 이런 영화를, 응? 딱 보면서 뽀뽀도 하고, 같이 막 손도 잡고 그러는 거야.”
  “너 나랑 그런 거 안 한다며.”
  지훈은 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벌벌 떨고 있었다. 딱히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것인지 우진은 대답도 하지 않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하긴, 족발이랑 소주 먹으면서 그런 분위기를 잡자고 빨간 영화를 골랐을까, 혼자 생각했다. 영화는 어느새 중반부를 넘어갔고, 두 남녀 주인공의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었다. 지훈은 목이 타들어 가는 느낌에 맥주만 홀짝였다. 혹여나 술기운에 실수할까 싶어 그마저도 주량을 계산하며 마시고 있는데, 우진의 앞에는 빈 소주병 하나와 반쯤 남아 있는 다른 하나가 있었다. 아, 박우진 소주 두 병 마시면 필름 끊기는데.
  우진의 상태만 살핀다고 정말로 살짝 얼굴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시선이 느껴졌는지 눈이 마주쳤다. 영화 속 남녀는 한창이었고, 그렇고 그런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우진의 표정은 빈 소주병들 때문인지 나른해 보였다. 누구든지 어깨를 조금만 기울이면 금방 입술이 닿을 것 같았다. 그때 우진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게 보였다. 가만히 있을까. 아니면 두 손으로 저 입술을 당겨올까. 그 찰나의 순간이 이렇게나 까마득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그러다 벌떡 일어났다. 
  “어, 우진아. 너 취했나 보다. 데려다줄게.”
  “박지훈, 이 고자 새끼야!”
  우진이 따라 일어났고, 곧 ‘악-’하는 지훈의 비명이 들렸다. 우진에게 맞은 정강이가 아파서 고꾸라진 몸을 들지도 못하고 있는데, 앞에서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취하지도 않았고, 그러니 데려다줄 필요 없다면서 집을 나가는데, 따라나서질 못했다. 그 순간 입을 맞췄어야 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진이 원하는 것이었을까, 그게.
  끝을 정해 놓은 연애였다. 우진에게 키스했다면 다시 예전처럼 친구로 지낼 수 있을지, 지훈은 확신이 없었다. 친구로 지내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고 싶지 않았다. 우진이 다가오는 순간들이 보였지만,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는 알 길이 없었으니까. 지금의 행복에 눈이 멀어서 지금까지 지켜온 ‘친구’라는 타이틀마저 놓칠 수 없었다. 이건 너무도 명백하게 저의 욕심이었다. 욕심을 내지 못해서 부리고 있는 욕심.
  그렇게 우진이 돌아가고 나서 연락은 없었다. 벌써 일주일째였다. 대충 뭐하느냐, 날이 춥다, 같은 일상적인 문자도 보내 봤는데 답이 오지 않았다. 우진에게 사과해야 할 것 같은데, 도대체 무엇을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그때 박우진한테 키, 키스를 해야 했던 거였냐고! 그래도 그 타이밍에 너에게 키스를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낼 수는 없었다.
  지훈은 결국 휴재 공지를 올렸다. 작가님 머릿속이 복잡했으니 주인공들이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휴재 공지를 올리던 날은 눈이 펑펑 내렸다. ‘눈 온다, 우진아.’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그 날도 지훈은 답을 받지 못했다. 서랍에서 꼬부랑거리는 우진의 글씨가 적힌 종이를 꺼냈다. 우진과 연애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만들었던 목록이었다. ‘눈 오는 날 손 잡고 걷기’ 자기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적어 놓고는 저를 보며 씩 웃던 예쁜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이브의 이브까지 연락이 없던 우진이었다. 내일까지만 기다려보고 그래도 연락이 없으면 집까지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문자가 왔다. 밤 아홉 시, 지훈의 집 근처 공원 벤치에서 보자고. 옆에 아주 근사하고 눈부신 조명이 있는 벤치였다. 눈이 오는 날이면 조명 아래서 흩날리는 눈발이 예쁘다고 우진이 좋아했던 곳이었는데. 날이 추우니 집 앞이라도 맨발에 슬리퍼로 나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도 덧붙어있었다. 밖에는 잘 나오지 않는 탓에 일기예보 같은 거 신경도 안 쓰는 저를 배려하는 것이었다.
  현관을 나가니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언제부터 내린 건지 그 쌓인 높이가 꽤 돼서 발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 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다가 덜렁거리는 우진이 떠올랐다. 언덕길에서 넘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벤치에 거의 다다랐을 때 벤치 옆 가로등 밑에 서 있는 우진이 보였다. 하얀 롱패딩에 털모자를 쓴 모습이 귀여웠다. 걸어가면서 계속 생각했다. 그날 일에 대해서 말해야 할 텐데. 그럼 오늘은 우진에게 키스해도 되는 걸까? 그러고 나면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박지훈, 오 분이나 늦었어. 자꾸 추운 데서 나 기다리게 할래?”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우진아.”
  “뭐야. 뭐가 미안한데? 이건 너무 짜증 나는 멘트인가?”
  그러면서 덧니를 보여주며 웃었다. 저렇게 웃으면 반칙이다. 아무 생각도 못 하게 만드니까. 
  “지훈아, 너 휴재했더라.”
  지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어떻게 알았을까. 지훈이 알기로 우진은 제 웹툰을 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저의 마음을. 
  “내가 봤을 때 다음 화에는 둘이 키스하는 장면이 딱인데.”
  우진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하나도 알아듣질 못하겠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아 입술만 뻥긋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우진이 두 손을 잡아 왔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말했다. 
  “자, 내가 쓴 거 하나는 했어. 이제 너 하고 싶은 거,”
  우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입술이 닿았다. 잡고 있던 손을 제 허리춤으로 옮겨 놓고, 우진의 얼굴을 감쌌다. 겨울바람 덕에 볼이 차가웠다. 얼굴에 닿은 우진의 코끝도 차가웠다. 분명 눈을 감고 있는데 우진의 광대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오늘 키스는 정답인 듯했다. 하얀 눈은 펑펑 내리고, 박우진과 나는 예쁜 가로등 아래서,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다리면서 나누는 입맞춤. 
  그날 우리의 ‘연애 실습’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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